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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디자인 정치학(뤼번 파터르)

“DESIGN도 SIGN이다.”

낯가리는 방장놈 님의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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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체자를 옹호하는 측(타이완, 홍콩, 일부 중국 실향민)은 간체자(중국 본토, 타이완)를 쓰는 사람들에게 심장이 없다고 한다. 사랑을 뜻하는 번체자 愛(아이)에는 심장을 상징하는 글자(心)이 들어 있는데, 간체자 爱(아이)에는 친구를 뜻하는 글자(友)가 대신 들어왔다는 말이다. 이에 간체자를 옹호하는 측에서는 번체자를 쓰는 사람들을 가리켜 친구가 없다는 식으로 반론한다.”

(1장 언어와 타이포그래피, 심장이 없는 글자 中)

 

“정치는 늘 우리를 실망시키지만,” 어디서 본 문장인지 기억은 나지 않습니다. 분명 정치는 우리 일상의 중요한 요소입니다. “한정된 자원을 분배하는 과정” 정치의 정의를 중학교 수업 시간 때 배운 기억이 얼핏 납니다.

 

저자(뤼번 파터르)는 디자인(언어, 타이포그래피, 색상, 사진, 아이콘, 인포그래픽)에 ‘의도’가 담겨있다고 말합니다. “모든 디자인은 정치적이다”라고 주장합니다. 온라인으로 책을 읽는 사실 만으로도 상위 40퍼센트에 속한다는 사실을 부각하면서 말이죠(월드뱅크:2015)

 

앞선 인용 문장의 번체자와 간체자 사례는 재밌습니다. 본토와 타이완 분쟁은 늘 불안하지만 문화 긴장 관계도 신박합니다. 사랑한다는 글자에서 ‘심장’과 ‘친구’ 글자를 부각하며 서로를 비꼽니다. 참신하기까지 합니다.

 

언어뿐만 아니라, 타이포그래피, 색상(문화권별 색상 의미), 사진(냉전 시기 공보처[미국 이념 전파 기관] 지원 받은 <인간 가족> 사진전), 아이콘(진취적인 장애인 아이콘), 인포그래픽(실망스러운 결과를 감추는 누적 그래프, 2013년 애플) 같은 디자인들에서 누군가의 의도가 반영된 사례를 설명합니다. 일상에선 정치가 ‘정치질’이라는 이름으로 매도되지만 무시할 수 없는 까닭입니다.

 

우리도 의도가 담긴 디자인이 있습니다. <민화>입니다. 조선시대 이름 없는 화공이 그려낸 그림(“단지 소박하고 꾸밈없는 민중의 그림”)에는 불운보다는 행운이, 불행보다는 행복이 담겨있습니다. 『알고 보면 반할 민화』를 보면 십장생 외에도 이렇게 많은 문양이 다양한 의미로 사용되었구나! 느껴집니다.

 

음양 팔괘, 힘과 권위의 상징(삼족오, 토끼, 꿩), 나무와 열매(장수를 상징하는 꽃바구니, 영지, 복숭아, 하늘의 보살핌 불수감, 효도를 의미하는 밤, 자손 번식 대추 등), 용과 환상의 동물(등용문 어원 어룡, 아직 벼슬하지 못한 인재 반룡, 용, 봉황, 거북, 사자, 표범 등), 새, 공충, 동물, 달과 사계절 꽃, 불교 상징물(우주 수레바퀴 법륜)과 악기, 됴교 팔도 선인과 지물 등등등

 

그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건 ‘박쥐’입니다.(9장. 초충도, 편복도 中) 박쥐는 우리를 지금도 고생시키는 ‘코로나19’ 숙주고 박쥐 정치인(과거 유신정권 시절 주야야여(晝野夜與·낮엔 야당 밤엔 여당)하던 정치인, 제주일보)이라는 개념이 사용될 만큼 환영받는 존재는 아닙니다. 물론 배트맨 빼고.

 

민화에서는 박쥐가 그려진 그림을 <편복도>라고 부릅니다. 편복(蝙蝠)은 박쥐입니다. 박쥐의 복(蝠)이 우리가 좋아하는 복(福)과 음이 같아 복을 상징한다고 합니다. 야행성 특성은 어두운 밤에도 부지런히 날아다니며 재산을 물어오는 걸로 여겼다고 합니다.(괜스레 워런 버핏의 아픈 말이 떠오릅니다. “잠자는 동안에도 돈이 들어오는 방법을 찾지 못한다면 당신은 죽을 때까지 일을 해야만 할 것이다.”)

 

이처럼 “예쁘다”, “세련됐다”, “가지고 싶다”라고 말하는 디자인에도 의도, 의미가 포장돼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그들의 설정·의도대로 이끌리며 넛지(상식 밖의 정치학 참고) 당하지 말고 디자인에 어떤 목적이 담겼는지 경계한다면 더 현명한 선택을 고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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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극(So Good)적인 질문
  1. 여러분은 디자인(전시회 등)에서 ‘의도’를 느끼고 감탄한 적이 있나요?
  1. 여러분은 지나치기 쉬운 일상 디자인에서 타인을 배려하는 ‘의도’를 본 적 있나요?
 
  1. 여러분은 디자인(전시회 등)에서 ‘의도’를 느끼고 감탄한 적이 있나요?

일전에 도고온천 지역재생 행사에 참여한 적이 있었습니다. 행사를 잘 마치고 기차를 타려고 역으로 향하는 길에 사람 형체의 무언가를 만났습니다. 뭔가 이상하다 싶어서 보니 환기구 덮개로 만든 사람 형체였습니다.

 

환기구 덮개를 만드는 업체 앞에 있었던 기억이 나는 걸 보면 누군가 재미로 만든 게 분명한데. 왜 수풀에 내동댕이쳤을까 의아함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오히려 방치한 덕분에 제 기억에 오래 남은 듯합니다.

 

오즈의 마법사에 나오는 ‘양철나무꾼’ 같지 않나요? 번체자 愛(아이)에서 심장을 잠시 떼다가 빌려줬으면 하는 생각도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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