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 코끼리도 장례식장에 간다(케이틀린 오코넬)
“국민의례만 의례가 아니다.”
낯가리는 방장놈 님의 글
그날 아침 무샤라 물웅덩이에 나타나 놀이 의례가 인생의 교훈을 선사한다는 사실을 일깨워준 파이디아(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놀이의 여신 이름을 따서 이름 붙였다)에게 고마워진다.”
(7장 놀이로 배우는 생존 기술_놀이 의례 中)
『코끼리도 장례식장에 간다』 책은 야생동물이 공동체 유지를 위해 지키는 10가지 의례를 소개합니다. (인사, 집단, 구애, 선물, 놀이, 애도 등) 개인주의가 만연해지고 의례는 사라지는 인간 공동체에 경종을 울립니다.
인용 문단 속 파이디아는 어미 사자입니다. 나미비아 무샤라 지역 물웅덩이에서 파이디아는 새끼 사자들과 진흙 놀이하며 생존 기술을 교육하고 터득합니다. 하지만 우리에게 놀이는 비생산적이고 어른들은 어릴 때나 하는 행위로 치부합니다.
저자는 그렇지 않다고 말합니다. 인용 문단에 나오듯 놀이는 “삶의 질을 높이는 기술을 가르친다”라고 강조합니다. 저자도 코로나19 확산 시기 온라인 게임을 남편과 함께 즐겼다며 놀이 앞에 나이는 없다고 말합니다.
제게도 놀이와 관련된 특별한 의례가 있습니다. ‘깍두기’입니다. ‘깍두기’ 하면 섞박지·깍두기를 생각할 수 있고 네모난 머리 모양을 떠오를지 모릅니다. 하지만 둘 다 아닙니다. 아마 제 또래가 학창 시절 골목길을 뛰어놀던 마지막 세대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골목길에서 이상하게 몸치인 친구가 동네에 한 두 명은 있습니다. 그게 저였습니다.
알려줘도 이상하게 행동이 어수룩하고 몸치에 그렇다고 빠르게 뛰지도 못합니다. 그래도 걱정 없습니다. ‘깍두기’가 있었으니까요. 친구들은 “OO는 ‘깍두기’”라고 말해도 소외하지 않았습니다. 어느 놀이를 하든 누군가 깍두기가 되기 마련이었고 깍두기는 아무리 놀이를 못 해도, 규칙을 이해 못 해도 그럴 수 있다며 포용해주었습니다.
저에겐 ‘깍두기’가 국밥 먹을 때 “야, 깍두기 더 주라”의 깍두기가 아니라, 친근함, 포용, 존중, 그리고 고마운 마음으로 기억됩니다. 그래서 가끔 ‘깍두기’가 그리울 때도 있습니다. 야생동물의 ‘의례’로 우리가 나아가야 할 길은 무엇인지 정리한 저자의 주장으로 글 마무리합니다.
“오늘날에는 인종, 계층, 나이, 소득, 종교, 성별 등 온갖 요인으로 사회가 깊이 분열되어 있다. 우리는 공동체를 튼튼하게 만들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해야 한다. 개인과 개인 간의 관계는 물론이고 집단과 집단 간의 관계도 이해해야 한다. 원래의 본능을 되찾고 포용이 가득한 의례 문화를 다시 익히면 우리 자신의 새로운 모습을 만날 수 있다.” (들어가는 길: 우리가 잃어버린 것)
- 여러분에겐 특별히 기억에 남는 의례가 있나요?
- 앞으로 변화할 의례는 어떤 게 있고 어떻게 변할 수 있을까요?
- 앞으로 변화할 의례는 어떤 게 있고 어떻게 변할 수 있을까요?
저의 친할아버지는 제가 어렸을 때 돌아가셨습니다. 그래서 할아버지의 얼굴조차 기억나지 않습니다. 할아버지는 촌 지역에서 인정받는 유지였습니다. 다른 건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습니다. 하나는 기억납니다.
할아버지의 장례식, 그 중 ‘상여’를 들고 동네를 도는 장면 하나. 마을 사람들이 일렬로 줄을 서 상여를 메고 동네를 돌던 그 장면이 기억납니다. 이제는 2000년대 다큐멘터리에서나 볼 수 있는 장면입니다.
대통령, 종교인, 경제계 인사의 장례식을 진행한 장례지도사 유재철 님은 저서 『대통령 염장이』에서 이렇게 말합니다.
“그냥 장례지도사가 하자는 대로 쫓아갈 일이 아니다. 기획이라고 해서 거창하지 않아도 된다. 장례식의 의미를 살리겠다고 한다면, 어떤 방식으로든 특별한 장례식을 치를 수 있다. 고인을 추모하는 노래를 부르거나 춤을 추거나 시를 낭송해도 좋다. 생전에 찍은 고인의 영상을 조문객에게 보여주는 시간을 갖거나 장례 기간에 애도식을 따로 진행하고 추도사를 읽는 방법도 있다.” (장례식에도 기획이 필요하다.)
개미가 수레바퀴를 막을 수 없듯, 시대 변화 앞에 그저 무색함을 느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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