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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시간은 흐르지 않는다(카를로 로벨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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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락 먹는다는 쥐 아냐?”

낯가리는 방장놈 님의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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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지각 능력의 한계를 넘어서는 우주 본래의 원초적 시간에는 순서나 질서,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한 흐름이 없다. 시간은 단지 물질들이 만들어내는 사건들 간의 관계, 좀 더 엄밀히 말해 이 관계들의 동적인 구조에 나타나는 양상이다. 그래서 시간은 흐르는 것이 아니다. 이것이 이 번역 책의 제목이 《시간은 흐르지 않는다》인 이유다.”

(옮긴이의 글)

 

“인간 지각 능력의 한계를 넘어서는” 문장을 읽으며 플랫랜드(Flatland)가 떠올랐습니다. 2차원의 정사각형이 구를 통해 3차원을 경험하고 그 너머 차원을 상상하는 이야기. 우리는 분명 시간과 공간 속에 살고 있지만 거대한 우주에게 시공간은 의미 없습니다.

 

카를로 로벨리는 ‘지금’ 시간의 무용성을 비유로 설명합니다. 여동생이 약 4광년 떨어진 프록시마b에 여행을 갔다면 지금 그녀는 무엇을 하고 있을까? 빛이 4광년을 달려오기 위해선 4년이 걸립니다. 지금 들은 소식도 4년 전 소식입니다. 결국 “우주에는 같은 순간이라고 규정된 시간이 없기 때문에 잘못된 질문”(1부 시간 파헤치기_03 현재의 끝)이라고 말합니다.

 

“시간은 유일하지 않다. 궤적마다 다른 시간의 기간이 있고, 장소와 속도에 따라 각각 다른 리듬으로 흐른다.” (1부 시간 파헤치기_05 시간의 양자) 인기 프로그램이었던 무한도전 극한알바 편에 차승원 씨가 출연한 적이 있습니다. 탄광에서 석탄을 캐며 이런 말을 합니다. “아 이제 8시야” 자막으로 “믿기지 않는 듯.. 부질없는 시계 재확인”이 나왔습니다.

 

일이 고돼서 시간이 느리게 흐른다고 느껴질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실제로 중력이 강력해질수록 가속운동이 심해져 시간이 느려진 것이라고도 볼 수 있다고 합니다. (아인슈타인의 일반 상대성 이론) 막상 기억에 남는 장면은 탄광에서 김태호 PD가 음료를 얻어 마실 때 석탄재를 뒤집어쓴 모습을 보고 정준하 씨가 “도시락 먹는다는 쥐 아냐?”라고 말하는 장면입니다.

 

『시간은 흐르지 않는다』에선 이런 말이 나옵니다. “고양이는 우주의 기본 요소에 포함되지 않는다. 지구 곳곳에서 불쑥 ‘등장’하기를 반복하는 복잡한 것이다.” 고양이를 사랑하는 분들에겐 ‘복잡한 것’이라는 규정에 공감하더라도 기본 요소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말에 가슴 아파할지 모릅니다. 그렇지만 우리도 마찬가지입니다. 우주의 기본 요소가 될 순 없습니다. 우주라는 무대 위에 춤추다 내려가는 ‘조연’에 불과할지 모릅니다.

 

“우주의 초기 낮은 엔트로피(질서)로부터 영양을 공급받아 점점 성장하는 엔트로피의 춤이 진정한 생명의 여신 시바의 춤인 동시에 파괴자인 것이다.” 허무주의로 회귀하게 하는 듯 보입니다. 하지만 시간의 상대성을 지나 “도시락 먹는다는 쥐 아냐?”라는 말장난에 웃음 지으며 인간이 설정한 ‘시간’이란 제한·제약에서도 ‘해학’을 기어코 찾아냅니다. 구체적인 제약에서 창의력은 오히려 폭발하는 바와 같습니다.

 

『만일 내가 인생을 다시 산다면』의 저자 김혜남 님은 이렇게 말합니다.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하는 방법은 거창한 것이 아니라 바로 순간순간의 삶 속에 있다.” 기후 위기와 관련한 문구가 있습니다. “지구적으로 생각하고 지역적으로 행동하라.” 기후 위기가 아닌 시간으로 대상을 바꾼다면 “우주적으로 생각하고 지구적으로 행동하라.”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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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극(So Good)적인 질문
  1. 여러분은 시간이 흐르지 않는(멈춘 듯한) 경험 있으신가요? (우주 말고 지구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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