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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독서모임 꾸리는 법(원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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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는 낯가리지 말아요. 우리”

낯가리는 방장놈 님의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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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간 거의 매주 독서모임 발제를 준비하다 보니 언제부턴가 모든 책을 발제 준비하듯 읽는 습관이 생겼습니다. 늘 연필과 포스트잇을 쥐고 책을 읽는 겁니다. 사소한 내용이라도 한 번은 다시 훑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면 모두 밑줄을 긋습니다. ‘이 부분은 모임에서 같이 이야기해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면 포스트잇을 붙이고 ‘이야기’라고 메모하고요.”

(Ⅱ. 모임 준비하기, 발제를 꼭 준비해야 하나요?)

 

대학 친구를 오래간만에 만났습니다. 학교에선 자주 마주쳤는데 바쁜 일상을 보내니 이제 만날 시간도 따로 내야 합니다. 친구와 책방에 갔습니다. “나중에 너는 시골에 집 짓고 공중파 방송에 출연해서 집을 어떤 구조, 어떤 용도로 사용하는지 소개할 것 같아.” 이 말을 듣고 내 이미지가 도대체 어떻길래 이런 얘기를 꺼낸 걸까 생각해봅니다. 그러다 책 모임 얘기도 자연스레 나왔습니다.

 

“사교 모임이나 독서 모임을 가면 꼭 말을 시켜. 할 말이 없으면 눈치 주고. 마무리 말 정리라도 시켜. 그냥 할 말이 없는데 어떡하라고.”

 

그러자 제 친구가 말합니다. “네가 독서 모임 만들면 내가 디자인 같은 거 도와줄게.” 사실 독서 모임을 만들 생각은 추호도 없었습니다. 대화를 나누고 나서야 귀가 솔깃했을 뿐이죠. 책 한 권 읽고 한 번 저질러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해당 책은 아니고 『기획자의 독서』 (김도영)이라는 책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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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고독한 책방’이 탄생했습니다. 당시 유행하던 ‘고독한 채팅방’을 차용한 것이었는데요, 각자 자신이 읽은 책에서 좋은 문장을 발췌해 단체방에 공유하는 모임을 만든 겁니다. 흔한 인사나 어떤 대화도 없이 그저 책 이름과 페이지, 그리고 책 속에 담긴 인상 깊은 한 문장씩을 매일 올렸습니다. 잊을만하면 알림으로 좋은 글을 받을 수 있어서 좋았고 그중 마음에 드는 책은 직접 찾아 읽어볼 수 있어서 유용했죠.” (에필로그, 공존 독서)
 

‘책 이름, 페이지, 인상 깊은 한 문장’. 어딘가 익숙하지 않나요? 우리 모임 방식입니다. 벤치마킹했습니다. 물론 마음처럼 되지 않아 침묵을 깨야 하는 순간도 있습니다. 그래도 이따금 카톡 감정 표현을 눌러주시거나 가뭄의 단비처럼 답장을 남겨주시면 그래도 계시구나 하는 생각이 들곤 합니다. 물론 한두 명씩 나가면 왠지 모르게 마음이 아프지만요.

 

『독서모임 꾸리는 법』(원하나)은 독서 모임을 꾸리면서 겪은 경험을 소개합니다. 작가를 초청해 모임을 꾸리기도 하고 번역가와 원서 읽는 모임도 운영합니다. 책 분야별로도 모임을 주관합니다. 회원들에겐 책을 읽어오라고 독촉하기도 하지만 시즌제 운영으로 참여 부담을 줄이기도 하죠. 운영 초반엔 다른 사람이 모두 불참해 한 사람만 참여하기도 했다는데 확실히 “뭐든 저지르고 개선해 나가는 구나”하는 생각이 듭니다.

 

무엇보다 제가 해당 책에서 인상 깊게 읽은 부분은 “이 부분은 모임에서 같이 이야기해 봐야겠다’라는 생각이 들면…”입니다. 수많은 독서 모임을 운영하면서 하고픈 말이 얼마나 많을까. 저도 독서하면서 메모를 남깁니다. 하지만 메모 들추어보는 경우도 적고 아무리 좋은 아이디어라도 잊어버립니다. 우리 톡방 모임 덕분에 읽었던 책도 한 번 들추어봅니다.

 

어쩌면 우리 톡방으로 제일 혜택을 보는 건 제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낯가리는 독서 모임”인데 진짜 낯가려서 혼자 말하면 속상하지 않으냐는 친구 말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오히려 좋아”라고 답했죠.

 

누가, 언제 나갈지 모릅니다. 그래도 책 읽으면서 느낀 내가 하고픈 말을 신나게 할 수 있으니 그걸로 됐죠. 앞으로도 그럴 테고. 노션에 쌓인 소심(소중한 心) 큐레이션을 모아 언젠가 책을 출간하면 어떨까 하는 작은 바람도 꿈꿔봅니다. (물론 다른 분들도 공유해주신다면 동의를 구하고)

 

여러분도 우리 톡방을 '청출어람' 삼아 더 적극적인 "낯 안 가리는" 보통의 독서 모임 운영을 꿈꾸신다면 『독서모임 꾸리는 법』 추천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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