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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잠시, 쉬었다 가도 괜찮아(김혜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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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어가도 괜찮다면서요. ???: 너 말고 나

낯가리는 방장놈 님의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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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들고 어려운 시간을 만나거나 어려운 지경에 놓인 사람들을 만나면 이렇게 말한다. “자, 우선 크고 긴 한숨을 쉬어보자.”

(4장 잠시, 쉬었다 가도 괜찮아! 숨 한번 크게 길게 쉬어보기 中)

 

134센티미터 국제사회복지사의 이야기입니다. 제목은 “잠시, 쉬었다 가도 괜찮아”지만 역설적으로 그녀의 삶은 쉴 새 없습니다. 장애인 기능 대회에서 편물 분야로 금메달을 따고, 아프리카로 떠나 현지인들의 자활을 돕습니다. 전문적으로 돕고 싶은 마음에 미국 유학 생활에서 사회복지사 석, 박사 학위도 땁니다.

 

그녀의 삶은 평탄하지 않습니다. 아버지는 딸이라는 이유로 태어난 지 얼마 안 된 아이를 벽에 던져 평생 장애를 갖게 합니다. 자살도 합니다. 어머니는 그녀에게 원망을 쏟아냅니다. 그녀는 결국 가출합니다. 이 책을 읽으며 누군가의 평범한 일상이 누군가에겐 ‘사치’임을 느꼈습니다.

 

다만 삶을 살아내며 만난 인연이 그녀를 일으켜 세워줍니다. 제겐 한의원 노부부가 인상적입니다. 한의원을 운영하는 노부부가 가출한 그녀를 식모로 받아주었기 때문입니다. 그곳에서 한의원 약재 상자의 한문을 보고 천자문 책을 얻어 공부를 시작합니다. 그녀의 주특기, 편물 분야를 배울 수 있는 ‘무료 직업학교 훈련생 모집’ 광고를 만나 본격적으로 여정을 나섭니다.

 

그녀에게 한의원 노부부는 ‘연옥’ 같은 존재라고 봅니다. 그녀가 죄를 지녔다는 뜻은 아닙니다. 사람들에게 그녀의 ‘장애’ 자체가 자격 없음입니다. 하지만 한의원 노부부 덕분에 장애는 그저 장애일 뿐임을 깨닫습니다. 우리의 삶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스스로, 혹은 누군가 지적하는 ‘장애’, ‘고쳐야 할 점’도 어쩌면 ‘개성’이 아닐까 하고 말이죠.

 

TV 뉴스를 보다 ‘이따끔’이라는 성함을 가진 기자님을 보게 되었습니다. 일부러 개명했겠지 싶었지만, 실제 본명이더군요. 어려본 사람은 알 겁니다. 이름이 독특하면 또래들이 얼마나 놀리는지. 그럼에도 기 죽지 않습니다. 오히려 “따끔하게, 야무지게”라고 말합니다. 나는 왜 평범한 이름일까, 개성 있는 이름이 아닐까. 인스타그램 이름 지을 때 편할텐데 괜히 배부른 생각을 합니다.

 

우리가 사는 시대는 ‘개성’의 시대입니다. 남들과 다르다고 잘못된 게 절대 아닙니다. ‘틀린 그림 찾기’가 아닌, ‘다른 그림 찾기’ 시대입니다. 그래서 김혜영 사회복지사의 일생 투쟁은 더 빛나는 건지 모릅니다. 가장 좁은 보폭으로 가장 큰 대륙을 빛내기 때문이죠. 힘들고 어려운 순간이 있다면 ‘크고 긴 한숨’을 쉬어봅시다. 힘들고 어려운 일도 별 게 아닐지 모릅니다.

 

(+ 중학교 재학 시절 동창 친구 중 한 여자아이가 기억납니다. 짧은 단발에 치마는 못 입겠다며 바지를 입고 다녔습니다. 당시엔 치마를 입는 게 당연했지만, 바지를 입었습니다. 남자는 바지, 여자는 치마. 교복이라면 다들 불만 없이 입고 다녔습니다, 그녀의 줏대 있는 모습은 지금도 기억에 남습니다. 착한 아이로만 통하던 저에게 소신 있는 모습이 경외심으로 남은 건지 모릅니다.

 

그녀가 치마를 입고 다닌 이유는 알지 못합니다. 말 못할 사정이 있었을지 모릅니다. 지금은 오히려 바지와 치마, 선택권을 주지 않는 상황이 문제입니다. 당시 그녀에게 치마는 규율의 상징이 아닌, 그저 일상 생활 중 장애일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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