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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온라인 사서 선생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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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생각 : “낯가리는 사서” 표현을 보니 학창시절 사서 선생님이 떠오릅니다. 점심시간만 되면 친구들과 학교 도서관에 우르르 몰려가 의자를 끌고 놀기도 하고, 한데 모여 휴대폰 게임도 했습니다. 사서 선생님은 나름 조용한 분위기를 지키려고 엄하게 학생들을 대했지만, 그것도 하루 이틀이었고 결국 두 손 두 발 다 드셨습니다.

    사서 선생님도 사내놈들의 악의 없음을 아셨는지, 구석에 숨어 있지 말라고 잔소리하면서도 누구 하나 안 보이면 걔는 어디 갔냐며 두루 살피셨습니다. 언젠가 방과 후였는지 기억은 흐릿하지만, 선생님은 다둥이 자녀의 어머니셨고, 사서 자리도 계약직이라는 걸 대화를 나누며 알게 됐습니다.

    그때 더 오래 계셨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지금은 졸업하고 나서도 교육청을 거치면 선생님께 안부를 전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사서 선생님은 그렇게 뵙지 못하는 게 아쉬움으로 남습니다. 책과 연결고리가 가끔은 늘어지기는 해도 끊어지지는 않는 이유가 도서관에서 쌓은 좋은 기억 덕분이라고 봅니다. 낯가리는 독서모임도 제겐 그 기억의 연장선입니다.

    어렸을 때부터 생각 정리 데이터 베이스 구축이라는 꿈이 있었습니다. 김정운 교수의 <에디톨로지>에서 에버노트를 알게 돼 열심히 축적하다 무료 계정의 한계(?)로 멈췄지만, 지금은 노션으로 그 꿈을 다시 이루는 중입니다.(사실 노션에 옮겨온 과거 에버노트 게시물을 보면 조약하고 부실합니다. 하지만 그것들도 ‘검색’으로 쓰임새를 찾을 수 있으리라고 기대합니다.)

    “낯가리는 사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취미 생활에 ‘정성’을 쏟는 것, 내 시간을 할애하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라는 걸 잘 압니다. 그렇지만 분명한 건 그런 과정이 결코 헛되지 않다는 겁니다. 책도 읽지 않은 학창시절 도서관의 즐거운 기억, 마음에 든다는 이유로 출처도 남기지 않고 수집한 문구(지금은 아쉬움으로 남지만ㅎ), 그리고 낯가모가 제게 손에 쥔 결과물입니다.

    “셀리그먼 교수는 행복하려면 긍정적 정서, 몰입, 관계 맺기, 의미, 성취감이 필수 요소라고 지적했다. 더불어 성취감과 연관이 있는 일의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 자신의 대표 강점signature strength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정반합> 오윤희 지음)

    낯가리는 독서모임에서 문구를 공유하며 이야기를 나누는 것도 좋지만, 낯가모의 사서 선생님으로 역할을 수행한다면 위 문장의 “행복을 위한 필수 요소” 하나를 더 추가할 수 있지 않을까(?), 본인이 몰랐던 강점을 탐색할 기회가 되지 않을까 기대해봅니다.

    “그리 좋으면 네가 하면 되잖아(?)”라고 말씀하실 수 있는데 그렇지 못한 데는 송구스럽게 생각합니다. 좋은 건 나누면 더 좋잖아요(?) 부담은 너무 갖지 않으시길 바라며..

    (낯가모 노션 페이지를 분류별로 정돈하였습니다. 방장님의 그동안 정리하신 <낯가모 도서리스트>도 두 번째 탭에 있으니 살펴보셔요~)

    https://curved-show-e05.notion.site/75747c2ef6b04355abecdf2a955c3e5b
 

(작성일 : 2025.1.13.)